[전국은 지금] 7개국 선생님들의 ‘맛있는 수업’
신기한 ‘요리 천국’에 가보자.
# 도대체 여기가 어느 나라야, 7개 나라 교수가 ‘쌀라쌀라’
대한민국에 이런 학과가 또 있을까. 한 학과에 일곱나라 출신 교수가 있다니.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 7개 나라 출신의 교수들이 실습수업에 앞서 학생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대전 우송대의 외식조리학과에선 오스트리아·독일·영국·미국·일본·중국·한국 7개국의 최고 요리사들이 ‘교수’ 직함을 달고 학생들과 땀을 흘리고 있다. 매일 요리의 만국박람회를 열자는 얘긴가.
오스트리아 출신 그리스찬 마일링거 교수는 서양요리, 그 중에서도 수프 등 ‘뜨거운 요리(Hot Food)’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상하이힐튼호텔과 홍콩힐튼호텔 등에서 총주방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우송대 재학생들이 각종 국제요리대회에 출전할 때 ‘1등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한다.
독일인 버나드 만프레드 교수는 조선호텔에서 뛰어난 제빵 솜씨를 선보이다 이 학교로 왔다. 영국요리사 마크 섬터 교수는 인터콘티넨탈호텔 총주방장 출신이다. 각종 서양요리는 물론 인도요리 등 세계 각국의 요리에 뛰어난 솜씨를 보인다.
미국에서 온 제임스 하우 교수는 퓨전요리의 대가다. 영국계 미국인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의 음식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김치 등 한국 식자재를 이용한 퓨전요리는 한 마디로 예술이다.
일본에서 온 와타나베 히데시 교수는 히로시마에서 평생을 라면과 함께 살아온 ‘라면 장인’이다. 이시모토 준코 교수는 홈메이드 제빵분야의 기술을 학생들에게 전수시키기 위해 한국에 왔다.
중국 출신인 히앙란 교수는 만두 등 중국요리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정열을 불태우는 여성이다. 한국인 중에는 롯데호텔 총주방장 출신인 이소춘 교수가 관심을 끈다. 새벽부터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요리의 기본을 강조하는 ‘시어머니 같은 교수님’이다.
이 학과의 공용어는 ‘영어’다. 국적이 제각각인 선생님들이 모여있고 의사소통에는 영어가 가장 편리하기 때문이다. 국제화 교육은 그래서 수업중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물론 신입생 등을 위해 영어·일본어·중국어 3개 언어의 통역요원이 항상 따라다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 무렵에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된다.
# 새벽 6시에 시작되는 ‘아침식사’ 수업
대전 동구 자양동 외식조리학과 실습실. 새벽 6시부터 학생들이 몰려든다. 코쟁이 교수님들도 보인다. 칼을 들고 왔다갔다하는 학생, 토마토를 닦는 학생, 양배추를 다듬는 학생…. 새벽부터 도대체 무얼 하자는 것인가. 어디선가 ‘아침식사’라는 말이 들린다. 아침에 조찬행사가 있나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수업이란다. 과목이름이 ‘아침식사’라고 한다. 수업은 참 별나게 진행된다. 아침 6시에 모인 학생들은 6시간 동안 직접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아침식사용 요리’를 배운다. 계란요리를 비롯, ‘호텔조식’ 형태의 요리를 이런 식으로 15일 동안 매일 진행해야 학점이 나온다. 3학점. 학교측은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을 실제와 똑같이 하기 위해 아침 6시부터 수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이 학과의 커리큘럼을 한 번 살펴보자. 재미있다. ‘아침식사’ 외에 ‘점심식사’라는 과목도 눈에 들어온다. 조리학개론, 식품영양학 등 ‘폼잡는’ 이름의 과목이 가득할 것 같은데 그런 이름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대신 ‘더운 요리’ ‘찬 요리’ ‘와인과 음료’ ‘궁중요리’ ‘연회요리’ ‘단체급식’ 등 ‘현장냄새’가 물씬 나는 과목이 즐비하다.
# 명문대 싫어요, 요리전문가 될래요
우송대 외식조리학과 재학생 중에는 소위 명문대에 합격했는데도 등록을 포기하고 요리전문가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도 많다. 지난해에는 지방의 명문 국립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했지만 등록을 포기하고 재수생활을 거쳐 입학한 학생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지역 명문 사립대에 합격했지만 ‘요리 전문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전행 보따리를 싼 학생도 있다.
우송대 외식조리학과는 최근 입시에서 잇따라 대박을 터뜨렸다. 지역에서는 이미 ‘명문 학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실시한 수시 입시에서는 36.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 주변을 놀라게 했다.
3학년 박미선씨는 “실습중심, 응용중심의 커리큘럼이 많아 현장에 나가서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력을 키울 수 있다”며 “입학후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학과”라고 자랑했다.
#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최고의 고객을 모신다
외식조리학과 400여명(외식조리유학과, 우송정보대 외식조리과 포함)의 학생들은 단순히 요리를 실습하는 것이 아니다. 손수 만든 최고 수0 요리로 직접 손님을 모신다. 학생들의 실습장이 있는 우송타워 13층에는 ‘높은 품격’의 양식 레스토랑인 ‘솔파인’이 있다. 외식조리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직접 만든 요리를 파는 곳이다. 우송대 김성경 총장은 이곳의 단골 손님중 한명이다. 국내·외 귀빈이 오면 꼭 이곳으로 모신다. 그만큼 요리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대전지역 유명인사 중에도 이곳에서 우아한 식사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세계 각국의 요리가 손님들을 위해 서비스되고 있는데 요즘에는 인도요리가 인기다.
이 학과 오석태 교수는 “우리 과가 지향하는 것은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했다.